묵상노트

587새벽 | 거룟 유다: 배신자(눅22.39-53)

587새벽 | 22.39-53

거룟 유다: 배신자

 

    “유다는 이 직무를 버리고 제 곳으로 갔나이다.”(1.25b)

 

가룟 유다의 배반(47-53)

최후의 만찬을 마치고 주님과 11명의 제자들은 감람산으로 올라 가셨다(39). 그런데 가룟 유다만큼은 주님과 동행하기를 포기하고 그 발로 이미 언약하였던 대로 주님을 팔기 위한 구체적인 모의를 꾸몄던 그 대제사장들과 군관들에게 가서 예수를 넘겨줄 방책을다시 한 번 더 구체적으로 의논하고 점검했을 것이다: “예수를 파는 자가 그들에게 군호를 짜 이르되 내가 입맞추는 자가 그이니 그를 잡으라 한지라.”(26.48)

이렇게 해서 유다는 주께서 제자들과 기도하시는 겟세마네 동산으로 대제사장들과 성전의 경비대장들과 장로들”(52a)을 앞세우고 다시 나타났다(47-48a).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주님이 주신 떡과 잔을 받아 먹으며 첫 번 성찬식에 참여했던 그였고(14-22), 제자 중 하나가 당신을 팔리라는 말씀을 듣더니 랍비여 나는 아니지요?”(26.25)라며 천연덕스럽게 반문했던 그였다. 그는 마침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이미 건너버렸다.

가룟 유다는 주님을 따르던 그 많은 사람(제자) 가운데 특별히 택함을 입은 12 제자 중 하나다. 3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을 주님과 더불어 동거동락(同居同樂)했고, 그러면서 주님으로부터 하나님의 나라의 가르침과 능력을 지근거리에서 가감 없이 맛본 장본인이었다. 그럼에도 무엇이 주님으로부터 유다를 실족하게 했는지 알 길이 없다(7.23).

이젠 더 이상 놀랄 것도 없지만, 그는 조금 전에 성찬식에 참여하여 주님이 주시는 떡과 잔(살과 피)을 먹고 마셨었다(14-22). 한편 이미 이런 자임을 다 아셨음에도 왜 주님은 이 자에게 성찬을 동일하게 나누셨을까. 어쩌면 이 대목이 목회자로서 느끼는 심리적 긴장이다. 주님도 가룟 유다에게까지도 은혜를 주는 것 자체를 가감치 않으셨듯이 우리 역시 주의 것을 임의대로 판단하여 마치 우리에게 주고 주지 않을 권세라도 있는 양 행세하는 우()를 범치 말아야겠다.

마침내 주님의 예고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9.22-27,43b-45, 17.25, 18.31-34). 거듭되던 이 수난예고를 이루는 자들은 예상했던 대로 겉으로는 대제사장들과 서기관과 백성의 장로들이었고(1-6,52a, ), 거기에 내부에서 부화뇌동(附和雷同)한 자는 다름 아닌 제자 가룟 유다였으며, 저들을 밀 까부르듯 충동질한 자는 사탄이다(31).

결국 제자들도 주님을 다 버리고 떠날 것이며(26.56b, 14.50), 급기야 호산나를 외치던 예루살렘 백성들도 큰소리로 재촉하여 십자가에 못박기를 구하니”(23.23), 온 세상이 주님을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너희 때요 어둠의 권세로다.”(53b) 주님은 홀로 이런 세상을 품고 십자가에 달리시기 위해 체포되신다.

마침내 이렇게 해서 인자는 이미 작정된 대로 가거니와”(22a, 9.22-27,43b-45, 17.25, 18.31-34 참조) 이 일을 이루는 들러리들의 저주를 향한 걸음걸이는 자신들이 하는 언행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그 결과가 어떤 것일지도 모른 채 자행될 것이다: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27.25) 이 죽음과 심판이라는 저주의 문을 스스로 열고 있는 가룟 유다, 이를 어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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