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수요 | 막4.35-41
다시 믿음을 생각한다.
(맛있는 마가복음, pp.55-57)
본문은 마가복음에서 종의 섬김(1.14-8.26) 단락에 있다. 진짜 누가 섬기는가? 하나님의 나라에 참여하며, 회개하고 복음을 믿는 자다(1.15). 그럼 누가 가짜로 섬기는가? 종교 지도자들부터 예수님의 친족과 가족들까지 믿음 밖에 있는 자들이다. 총 5번에 걸쳐 이 일은 거절되고 막아보려고 움직였다(2.1-3.6). 믿음이 없어서다. 마침내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3.35)를 통해 이루어질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신다(4장).
그런데 오늘 본문에는 이 일이 풍랑에 의해 위기를 맞는다. 그런데 정작 중요하게 제시되었던 제자들에게 믿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풍랑이 잔잔해진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주님은 지금 풍랑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하신 것이 다름 아닌 ‘믿음’이었다. 해양경비대에 연락하는 것도, 바가지로 물을 퍼내는 것도, 구명조끼를 입는 것도, 문제 곁을 떠난 것도 아닌 어떻게 보면 풍랑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믿음을 요구하신다.
광풍과 믿음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보인다. 문제는 내가 만난 광풍을 무엇으로, 어떻게 이겨내고 살아가는가에 있다. 두려워하고 있을지라도 문제는 해결된다. 제자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광풍이 물러간 것은 순전히 주님의 은혜였다. 내가 뭘 했기에, 그러니까 기도하고 믿고 확신하고 뭔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그것의 결과로 주어진 것이 아니다. 언제나 이 대목을 잊지 말자.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광풍이 내 삶의 언덕에 휘몰아칠 때마다 두려워하는 수준에서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주님이 공식으로 주신 [믿음 법칙] 앞에 서야 되겠다. 지금처럼 그리 크지 않는 풍랑일 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