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수요 | 막6.30-46

영육(靈肉)의 양식

(맛있는 마가복음, pp.73-74)   

복음을 들고 나갔던 제자들이 돌아왔다(7-13,30). 제자들은 예수님이 하시는 것을 보고 배운대로 ‘현장수업’을 했다. 결과도 나왔다. 마치 어미 품에서 훈련받던 새끼 호랑이가 처음 사냥을 나갔다 돌아온 것과 같은 흥분과 대견함이 있지 않았을까. 이제는 제자들 스스로 일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였다. 하지만 저들은 여전히 부족하기만 하다(37-38,49-52). 그렇지만 주님은 이를 크게 상관하지 않으시는 듯하다. 주님은 변함없이 섬기는 종이 되셔서 당신 앞으로 나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사랑으로 섬기신다(34,41,44,53-56).

지금 본문 단락은 종의 섬김(1.14-8.26) 단락에 속한다. 이 안에는 예수님의 메시아 사역에 믿음으로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복음(십자가)을 거부하고, 박해하고, 그래서 고난과 죽음과 희생의 고독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시는 중이다. 그럼에도 주님은 오늘도 가르치시고(34), 영육의 양식을 주시고(37), 기도하시며(46) 묵묵히 하나님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길을 감당해 가신다. 이것이 오병이어의 기적 속에 살아 숨쉬는 영성이다.

[사역보고회](7-13 → 30) 후 쉬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32-33). 이미 목자 없는 양 같은 ‘큰 무리’(34)가 예수님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고, 주님은 저들을 불쌍히 여기사 날이 저물 때까지 가르치셨다. 문제는 그 많은 군중들의 저녁식사였다.

모두가 먹기 위해서는 200 데나리온의 돈이 필요했지만 정작 있는 것이라고는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뿐이었다(37-38). 주님은 이것을 가지고 모인 5천명의 무리를 다 배불리 먹이셨다(39-44).

기적은 사실이고, 믿음의 영역이며, 본문에 기록된 그대로다. 진리를 의문으로 덮을 수 없고, 미끼지 않는다는 느낌 때문에 사실을 포기할 순 없다. 기적의 주인공은 주님이시고 인생은 대상자일 뿐이다. 그러니까 믿지 못한다고 사실 자체가 없어지거나 사실이 아닌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기적 후 ‘즉시’ 폐회를 선언하고 무리들과 제자들을 보내 놓으시고 홀로 “기도하러 산으로” 가셨다(45-46). 오병이어가 사역의 끝이거나 전부가 아니어서다. 십자가(복음)의 길을 방해 받지 않으시고자 함이다. 영육의 양식이 세파에 희석되는 것을 막으시고 차원 높은 영성의 균형을 몸소 지키시는 주님에게서 과연 무엇에 중심을 두고 살아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 이틀, 한주 두주, 한달 두달, 한해 두해, 십년 이십년... 이렇게 이어지는 인생의 여정에서 우리 주님처럼 중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사명과 소명의 자리를 지켜가고 이어기는 것, 세상이 다 이를 몰라주고 오해하고 조롱하고 거역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어가는 그 길을 흔들림 없이 감당해 가는 것이 오늘 예수님의 모습에서 배우는 부분이다. 그렇게 가정과 일터와 교회와 사명과 소명과 맡겨진 일들을 감당해 가는 것이 예수님처럼 사는 길이다. 오늘 그 길을 주님 뒤를 따라 걷기로 기도의 무릎을 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