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새벽 | 계1.9-20
네가 보는 것을 일곱 교회에 보내라.
사도 요한(9)
요한은 사도다. 세상은 요한을 유배지(밧모섬)에 집어넣었으나 성령은 그를 찾아가시고, 그에게 말씀하신다. 그는 사도행전 교회를 지나 1세기 기독교가 세상이라는 무대에 뿌리를 내리는 일에 한 평생을 헌신해 왔다. 물론 그 결과는 여전히 고난이다. 결국에는 밧모섬에 유배되어 순교를 기다리는 자리까지 밀려왔을지라도 말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놀랍다.
그는 땅 끝, 거기에서도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분명한 신앙고백을 토하는 자로 살아왔다(9). 더 놀라운 것은 맛모라는 섬에 유배되어 있는 것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다: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를 증언하였음으로 말미암아”(9b) 이렇듯 그는 밧모섬에 가게 된 것까지를 주님 앞에서 받아들이고 읽어내는 일에 승리한다. 이런 그에게 성령님이 오셔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하시고(10), 그리스도의 영광을 보게 하신다(12).
예수님(인자 같은 이)
주님은 말씀하시는 분이시며(10-11,17-19), “이제 세세토록 살아 있어 사망과 음부의 열쇠를” 가지신 분이시다(18). 그분은 지금 요한에게 “네 본 것과 이제 있은 일과 장차 될 일을 기록하라!”(19)고 명하신다. 주님은 요한이 본 것처럼 영광스러운 승리자의 모습(13-16,18)으로 당신을 계시하시는 ‘살아 있는 자’이시지만 그러나 앞서 “전에 죽었었”던 분이시다(18a).
‘일곱 금촛대’(일곱 교회, 20) 사이에 ‘인자 같은 이’를 보았다(13). 이는 그리스도에 대한 환상이다.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를 묘사하는 발에 끌리는 옷(거룩성), 가슴의 금띠(신실성), 흰 양털 같고 눈 같은 머리와 털(순결성), 불꽃같은 눈(예지), 빛난 주석 같은 발(능력), 맑은 물소리 같은 음성(신적 영광), 오른손에 있는 일곱 별(일곱 교회), 좌우에 날선 검(말씀), 해가 힘 있게 비추는 것 같은 얼굴(부활체, 마17.2)을 하신 인자 같은 이를 보았다(12-16).
밧모라는 고난의 막다른 골목이자 땅 끝에서 영광의 주님을 만난다. 오늘 우리에게도 동일하다. 역시 세상의 후미진 삶의 끝자락에서 영광의 주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주님이 고난 당한 자를 찾아오시기 때문이다. 이처럼도 우리를 만나주시는 분이시다.
놀라운 것은 이 영광스런 주님을 만난 이전이나 이후에도 요한의 삶은 어느 것 하나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유배지 밧모섬이고, 고난진행형이다. 제자로 부르심을 입은 날부터 지금 밧모섬에 유배되어 하늘 계시를 받는 순간까지 한 평생을 주님과 더불어 살아왔고, 주를 위해 달려왔지만 우리가 꼽는 것들과 같은 그런 흔한 축복 같은 건 없다.
그럼에도 그는 놀랍게도 한결같은 고난의 유배지에 서 있다. 이게 영광이다. 변하는 세상의 무수한 시간과 사건들을 지나왔지만 자기 심령 안에 심겨진 복음을 불변하는 진리로 품어 낸 자로서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