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노트

1246주일 | 말씀대로 이루어질 것을 믿습니다!(눅1.26-56)

1246주일 | 1.26-56

말씀대로 이루어질 것을 믿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이 다시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아 순종한다. 제사장 사가랴(11,13,18,19)에 이어서, 이번에는 마리아에게 하나님의 아들을 수태고지한다(26-33). 이에 마리아가 응답한다: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38b)

 

 

듀엣(Deut)1: 천사 가브리엘 vs 마리아(26-38)

 

연속되는 두 이야기, 그러니까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앞서 요한의 출생과 사명이 예고되었다는 것은 이 두 사람이 불가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사는 하나님이 보낸 사명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 마리아는 이 만남을 통해 “‘말씀대로내게 이루어지이다!”라고 응답한다(38). 짧은 만남은 마침내 다윗언약(32-33; 사무엘하 7장 참조)이 영원한 열매를 맺는 방향으로 그 성취를 향해 나아간다: “영원히 야곱의 집을 왕으로 다스리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33) 태초부터 지금까지 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과정과 결과가 아니겠는가.

가브리엘은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은 천사다. 하나님은 때가 차매당신이 구약을 통해 약속하신 말씀을 성취하기 시작하신다. 이를 위해 하나님은 천사를 통해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나심, 그리고 그가 할 일을 세상에 알리신다. 놀랍다. 이렇게 하늘과 땅이 만난다: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28,30)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4.4a)

 

마침내 구약이 그렇게도 예언하고 예고하던 일이 성취될 때가 찼다. 하나님은 이 일을 한 여자에게 찾아오심으로 드러내신다. 그 여자가 바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다. 한편 이 은혜를 입기까지 마리아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바 없다. 우리는 천사가 찾아오기 이전에, 그녀가 어떤 여자였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성경이 그녀에 대해 말하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며, 현재 그녀는 다윗의 자손 요셉이라 하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27)라는 정보가 어쩌면 전부이기에 그렇다. 때문에 지금 이 모든 것은 천사의 메시지처럼 은혜를 받은 자’(28).

 

 

듀엣(Deut)2: 엘리사벳 vs 마리아(39-56)

 

여기서 마리아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취한다. 마리아는 천사를 통해 전달받은 하나님의 통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찬사가 전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믿은 것이다.

 

찬송을 듣다(39-45).

천사의 수태고지를 마리아는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38)라는 믿음의 고백으로 응답한다. 그리고 천사가 알려준 이미 임신한 엘리사벳을 만나러 급히 유대 한 동네로 향한다(39). 지금 마리아의 엘리사벳을 방문하는 것은 전혀 예고된 만남이 아니다. 그럼에도 성령의 충만함을 입어”(41b) 엘리사벳이 고백하는 찬양은 앞서 마리아가 천사를 통해 들은 바 복된 소식과 자연스럽게 짝을 이룬다.

 

찬송을 하다(46-56).

놀랍게도 마리아는 메시야를 잉태하는 축복의 통로로 쓰이는 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광의 통로가 되어지는 것이 가져다 준 고난, 그 십자가를 오히려 피하지 않고 기꺼이 지고 갈 각오를 한다. 주님이 나보다 더 크고 위대한 분이심을 믿고 확신한다면 그 사람은 무엇이든 주를 위해 아낌없이, 기꺼이, 생명까지도 드릴 수 있다. 마리아는 지금 자신의 온 몸을 다 드려 그리스도의 육체로 오심이라는 거룩한 통로로 헌신한다. 이것이 고난 너머에 있는 영광을 동시에 보는 자의 거룩한 결단이자 헌신이다. 생명을 건, 그야말로 자신의 생애를 건 거룩한 응답이다. 이것이 마리아의 찬양에 들어있는 그녀의 믿음이자 고백이다.

 

    “나는 이제 너희를 위하여 받는 괴로움을 기뻐하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1.24)

 

하나님께서 은혜(축복)를 주실 때는 늘 고난을 함께 주신다. 그래서 고난의 신비스런 비밀을 알고 믿는 것이 고난을 기쁨으로 받게 만드는 신앙의 기초다. 그렇다면 천사의 메시지가 이루어지는 영광은 마리아가 치루어야 할 고난과 눈물과 고통과 아픔을 먹고 자란다. 따라서 아직도 고난이 지긋지긋하다거나 두려워하기만 하는 쪽이라면 마리아의 언행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믿을 수도 없다. 동시에 그러기에 마리아처럼 따를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영광과 은혜와 축복은 아직 저 멀리에 있는 것이다.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벅찰 수 밖에 없는 고난의 자리에서, 그럼에도 다시금 하나님을 섭리를 기대하고 바라보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신뢰와 감사가 없다면 아직껏 신앙이 무엇인지 모르는 자이다.

사실은 종종 하나님 앞에서 영광스러운 것이 인간에게는 지극히 수치(고통)스러운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두 사이에서 하나님은 인간의 순종과 믿음을 요구하신다. 어떤 때인가? 이것이 영광과 축복이 이루어지는 일에 지불해야 할 고난과 눈물의 믿음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신앙이 서는 자리다. 놀랍게도 마리아의 찬양에는 그 속에 비천한’(48,52) 자신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영광과 고난이 같이 함께 숨 쉬는 소명을 순종의 마음으로 받아들겠다는 결단까지를 고백한다.

그렇다. 마리아는 지금 자신을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루실 언약에 대한 믿음을 고백한다. 엘리사벳이 잉태한 요한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 마리아에게도 또한 천사가 전한 소식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징표인 셈이다. 아마도 이 두 여인은 각자의 소명 앞에, 그리고 서로에게서 진행되는 하나님의 일이 이루어지고 있음 앞에서 서로를 돌아보며 하나님의 기쁨을 충만케 했으리라. 때로 우리들 역시 너에게서 이루어지고 응답되어지는 하나님의 말씀에 힘을 얻어, 나에게 진행되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또한 신뢰하는 쪽으로 걸어갈 힘을 얻는다. 이것이 공동체인 가정과 교회를 주신 은혜이고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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