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노트

882주일 | 전반전, 헛되도다! 후반전, 하나님을 경외하라!(전1.1-11, 12.9-14)

882주일 | 1.1-11, 12.9-14

전반전, 헛되도다!

후반전, 하나님을 경외하라!

 

전도서는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쓴 책이다(1.1). 솔로몬이 본격적으로 성경에 등장하기 시작하는 구약 열왕기상 3장에 보면, 그는 <1천번제>를 드린 후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5)는 하나님의 말씀에 이렇게 응답한다: “지혜로운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하여 선악을 분별하게 하옵소서!”(9) 놀랍게도 이것이 하나님의 마음에 맞았고(10), 그래서 지혜롭고 총명한 마음뿐 아니라 그가 구하지도 않았던 부()와 수()와 영광을 비롯한 전무후무(前無後無)한 복을 받게 된다(11-13).

그런데 이런 그가 전도서를 시작하자마자 12절에서부터 흔들린다. 모두가 당황할 수 밖에 없다. 과연 전도서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일까?

 

 

사람의 소리_ 해 아래는 헛되다!

 

성경 안에 이런 고백들이 지혜에 대한 냉소주의적 독백’- 들어있다는 게 일단은 충격이다. 무엇이 그 솔로몬(왕상3.4-15)을 이 솔로몬(1.2-12.8)으로 바뀌어 버리도록 했을까. 그러면 이 솔로몬이 말하려고 하는 무엇일까.

 

    *모든 것이 헛되다(1.2, 2.11,17, 3.19, 12.8).

    *이 또한 헛되다(2.15,19,21,23,26, 4.4,8,16, 6.9, 7.6, 8.10).

    *바람을 좇는 것이로다(1.14,17, 2.11,17,26, 4.4,6,16, 6.9).

    *죽음으로 끝이다(2.14,16,18, 3.2,19-20, 4.2, 5.15, 6.6,12, 7.1, 8.8, 9.2-5,10, 11.7).

    *부는 위험하고 헛되다(5.10-20).

    *삶은 헛될 뿐이다(6.12, 7.15, 9.9, 11.10).

    *불의가 판을 친다(4.1,6,8,15-16, 6.2, 7.15, 8.19, 9.2,11, 10.6-9).

    *인생은 불가사의로 가득하다(3.11,22, 6.12, 7.14-24, 8.7,17, 9.1,12, 10.14, 11.2,5-6).

 

전도서에서 가장 혼돈스러운 부분이 허사가<헛되다 목록들>이다. 다름 아닌 저자로 소개되는 ’(내가) 자신이 하는 일이(2.18-23, 4.4-6), 쾌락(2.1-11), 지혜(2.12-17), 불의(3.16-22, 8.10-15), 권력(4.13-16), 부와 재산(5.10-6.9), 죽음(12.1-7) 등 이런 것들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었고 따라서 헛되다고 선언한다.

인생사의 징검다리와 같은 것들이 이처럼 헛되다면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전도자는 이렇듯 인간에게는 희망없음을 보았다. 하나님 없는 인생의 무의미성을 절망의 언어로 표현한다. 인간은 피조물이며(11.5, 12.1) 죽을 수 밖에 없는(2.14, 3.18-20, 6.6, 7.2,17, 8.13, 9.5) 죄인이다(7.20, 8.10,12-13, 9.2-3). 마침내 종국에 가서는 심판이 기다린다(3.13, 11.9, 12.14).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헛되다고 말한다. 이것이 다름 아닌 해 아래서하나님 없이 살아가는 인생의 실존이다.

 

 

하나님의 소리_ 해 위를 따라 살라!

 

전혀 다른 그림이 소개된다. 놀랍게도 허사가를 노래하는 인간의 해답은 인간이 아니며 하나님이다. 전도서는 희망의 좌표를 잃어버린 인생의 어두움을 절망의 언어로 예증하면서, 동시에 이를 더 분명히 빛나게 하기 위해 하나님께로 안착한다.

 

    *인생은 하나님께 받은 바 선물이다(3.13, 5.19).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3.22a, 8.15).

    *인생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해야 한다(2.26, 7.26b).

    *불의는 반드시 실패한다(8.13, 11.8).

    *하나님께서 다스리신다(7.14, 9.1).

    *인생은 하나님을 두려워해야 한다(5.7, 12.13).

 

전도자는 이렇듯 하나님께만 <소망가> 희망있음을 고백한다. 하나님만이 인생의 해답이며, 전부라 말한다. 마침내 전도자의 지혜는 이 대목에서 빛난다. 그는 자신의 지혜를 의지하지 않고 그 지혜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바라본 것이다. 하나님의 시각에서 인생을 보는 지혜의 기본기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까 헛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자신 안에 있는 그런 지혜를 통해서 세상과 사람과 하나님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헛된 인간의 절망을 하나님의 진리라는 희망으로 바꾸는 것이 하나님의 지혜를 따라 살아가야 할 인생의 본분이기 때문이어서 그렇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니라.”(13)

 

전도자는 이 두 사이에 서서 하나님의 말씀을 설교한다. 우리 역시 헛되고 허무한 인간의 소리와, 진리이신 하나님의 말씀 그 사이에 끼어있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고, 섬기면서도 그럴 수 있다는 게 더 무섭다.

헛되도다를 주제로 한 <허사가>에서 다루는 목록들이 왜 헛될까. 그것들을 하나님처럼 섬기며, 의지하며, 따라가며, 그래서 그것을 더 얻고 쌓고 누리고 가지려고 하는 것에 빠져있을 때는 그것들이 헛되다는 것을 모른다. 이는 일종의 죄와 사망의 권세 아래에 처해 있는 소위 신학적 유기 상태인 셈이다. 그러니 불나방이 죽을 것을 모르고 더 살겠다고, 그러나 죽으려고 불속으로 날아가는 것처럼 인생은 헛되고 헛된 것을 숭상하며 허사가를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자신의 전() 인생을 다해 연주해 내는 것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소리 앞에 항복하기 이전의 인간이다.

이제 전도자는 그 음악을 더 이상 노래하는 인생을 거부하라고 말한다. 이것이 하나님을 만나는 인생,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키는 인생이 드디어 이전 인생의 헛되고 헛됨을 발견하는 자리이다. 하나님이 아니고서는 세상과 죄와 사망으로부터 하나님과 의와 생명으로 넘어올 수 없다는 것 아닌가

바로 이 중생, 곧 거듭남, 하나님을 아는 사람 곧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만이 무엇이 헛된 것인가를 안다는 것 아닌가. 문제는 헛됨을 아는 전반전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후반전을 열거나 거기로 인도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반대로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가 마침내 인간의 헛됨을 깨닫고 알고, 그래서 헛됨과의 동거와 동행을 비로소 거부하게 된다. 이렇듯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이 전도서의 주제이고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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