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노트

1191주일 |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마6.5-15[2])

1191주일 | 6.5-15[2]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

 

주님이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9a)고 말씀하시는 것은 무엇보다 우리의 기도가 주께서 기도하라고 하시는 것처럼 되기를 바라시는 것이다: ‘나는 너희의 기도가 이렇기를 원한다! 나는 너희가 너희의 기도처럼 되기를 원한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이처럼 주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주의 기도는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먼저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구하는 것이고(9-10), 이어서 다른 하나는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을 구하는 것이다(11- ).

 

 

다음으로,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을 구하는 것은 11절부터다(11- ).

그 중에 오늘은 11절이다 -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늘 언제나 암송하며 드린 기도이기에 별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기도다. 그런데 그 많고 많은, 그러니까 우리가 기도하여야 할 많은 것들 가운데 그 첫 번 기도가 왜 하필이면 일용할 양식을 달라는 밥타령기도일까. 그것도 밥타령이 가장 먼저일까. 거룩한 하늘 아버지를 구하는 기도에서 곧바로 이 땅의 일용할 양식을 구한다는 것이기에 생각해 보면 , 그러네?’ 싶지 않은가. 지금 이 기도를 하라고 하시며 이를 가르치시는 분은 우리 주님이시다. 그러면 주님은 무엇 때문에 우리에게 이렇게 일용할 양식을 구하라 하실까요.

이 부분은 이해해 볼 수 있는 이야기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너는 공부 열심히 하고, 그래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우리 가문을 빛내거라(A). 아르바이트도 하지 말고, 아들에게 필요한 것들(주기도 식으로 하면 일용할 양식이다)은 그때그때 아버지에게 구하거라. 이 아비가 채워주마(B).’ 여기서 정리해 보면 아버지가 아들에게 명하는 것은 분명하다(A). 그리고 이어지는 B는 앞의 A와 관련될 때 그 의미와 목적이 또한 더욱 분명해진다.

 

    당신 청원(A) + 우리 청원(B)

    A - 아버지의 이름이 우리를 통하여 거룩하게 하는 것이다.

          ②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는 것이다.

          ③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B -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소서.

 

그렇다면 B는 그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따라서 A에 충실하게 살아갈 때, 혹은 A를 더 잘 이루어가는 것을 위해 B를 주시옵고라고 구하라고 말씀한다. 그렇다면 B를 위해 살지말라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B를 위해서 A를 구하라가 아닌 것이다. 혹은 B를 주시면 A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 놀라운 것은 B마저도 아버지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가 A가 아닌, 반대로 그래서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이 결국 B라고 한다면 그것은 얼마나 불행한 것이겠는가. 그리 되어져 버렸다면, 그러고도 주의 기도를 따라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하는 자라 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우리가 A에는 아무런 관심도 마음도 비전도 없으면서 B만을 구하는 자라고 하면 이 얼마나 무례하고 완악한 사람인가. 그러면 우리가 B를 구하는 주의 기도 앞에 부끄럽지 않은 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답은 당연히 A를 구하며 주의 기도를 이루어가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그럴 때에 우리는 B를 구하는 기도 앞에 부끄럽지 않게 설 수 있다.

무엇을 먹을까 염려하지 말라는 마태복음 6장 산상수훈의 말씀이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6.31-33)

주님은 썩을 양식을 위하여 일하지 말고 영생하도록 있는 양식을 위하여 하라 이 양식은 인자가 너희에게 주리니”(6.27a)라고 하셨다. 그런데 주의 기도에서는 일용할 양식을 주시라고 하나님께 청원하라니? 이것은 또 무슨 말씀인가.

이렇듯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자는 놀고 먹겠다는 사람이 아니다.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고 하신 주님이시다. 따라서 오늘 11절 말씀은 주와 복음을 위해 먼저 해야 하는 A 없이, 가난하고 먹을 것 없을 때 그가 일용할 양식을 위해 기도하면 내가 너에게 배불리 먹을 밥을 주겠다는 그런 말씀이 아니다. A를 기도하라 하신 주님의 명령을 따라 그렇게 살아가는 자만이 B를 구하는 자리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는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11)라는 기도 앞에 부끄럽게 서는 자가 아닐 수 있다.

 

    그러므로 기도는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기도를 통해 나의 필요만을 성취되는 것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

    결국 나를 배부르게 하는 것이 기도(祈禱)의 이유와 목적이라면, 먼저 A를 구하라 하시는 주님을 욕보이는 행위다.

    이게 다 결국은 기도를 이용해서 B만을 위해, 그러니까 정욕으로 쓰려고 잘못 구하는 자로 살아가는 자다.

    그렇다면 그는 주의 기도를 드릴 자격이 없는 자다.

 

기도의 중심에 하나님을 구하고, 하나님 아버지께서 받으셔야 할 영광을 구하는 것이 기도라 하신다. 하나님이 누구신가를 알고 믿는 자는 이처럼 A의 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우리는 얼마나 B만을 위해 하나님이 필요하고, 하나님이 그런 B의 공급자로 내게 있어 주셔야 하는 자, 그런 낮은 수준에서 믿음생활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누가 일용할 양식을 오늘 주시라고 하나님께 당당히 기도할 수 있을까. A를 구하며, A처럼 사는 자다. 그러기에 11절이 주의 기도 가운데, 우리 청원을 시작하는 기도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주님! 오늘도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소서.

나는 이 기도에 승리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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