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노트

751새벽 | 침묵일기.沈黙日記(삿21.13-25)

751새벽 | 21.13-25

침묵일기(沈黙日記)

 

본문에는 온통 권모술수(權謀術數)에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뿐이다. 하나님으로부터의 해답을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여전히 하나님은 부재(不在) 중이다. 결국 사사기는 끝까지 이러한 불신앙으로 분광(分光)된다: “우리는 다 양 같아서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갔거늘”(53.6a) 이들은 좀처럼 변화되지 않는다. 그토록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다녔으면서도 말이다.

 

베냐민

수 만 명이던 지파가 겨우 600명만 남고 다 엎드려졌으니 이들의 바위틈 생활이 오죽했을까. 그리고 자기 기업에 돌아가서 성읍들을 건축하고 거기에 거주하였더라.”(23b)로 끝이다. 다시 자기들만을 위한 건축 이야기 밖에 없다. 역시 하나님이 없다. 여기까지 은혜와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입었다면 뭔가 이전과는 다른 흔적들이 있어야겠는데 인생들의 자기 행동 밖에 없다. 이처럼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서살아가는 베냐민의 후예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스라엘

200명의 여인이 부족하자 이번에는 실로의 여인들 가운데 납치’(유괴) 작전을 벌여 교묘하게 자신들의 맹세를 빠져나간다(19-23). 그러나 이것은 율법으로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누구든지 사람을 유괴하면 그 사람을 팔았든지 자기가 데리고 있든지 그 유괴범을 반드시 죽여라.”(21.16, 현대인의 성경) 그런데 자신들의 말 맹세를 지키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까지를 버린다. ‘붙들어’(23)는 약탈과 강도 행위를 지칭할 때 쓰는 단어다(6.2). 그런데도 이를 은혜무죄를 이야기하다니(22) 사사기의 그림이 이처럼 일그러질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사기의 하나님은 누구신가? 하나님은 이 참담하고 황무한 가나안을 거니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실까? 인간은 끝까지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좌충우돌(左衝右突) 하면서 막 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장면이 바뀐다. 사사기의 마지막 외침은 이것이다: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25) 사사기의 결론이다.

하나님은 사사기의 마지막 구절에서 사사기 기자로부터 기분 나쁜 소리를 들으신다. 하나님이 계시는데 사사기 때에는 이스라엘에 하나님이 없으셨다는 사뭇 이단적인 발언을 들으시고도 아무 말씀 없으시다. 그런데 하나님은 여전히 은혜를 베푸신다. ‘은혜’(恩惠) 말이다.

하나님은 사사기 이후를 변함없이 은혜로 채워 가신다. 인간의 이야기는 무수한 숙제만을 남기고 막을 내리지만 하나님은 그 모든 인생의 무거운 짐을 십자가의 은혜로 맡으신다. 사사기의 하나님은 침묵하시는 것 같지만 말씀하시며, 모든 것을 당신 안에 품으시며, 일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이 하나님의 은혜가 중단되지 않는 한 사사기는 희망이다. 하나님이 허물 많은 사사기를 포기하시지 않는 한 사사기는 희망이다. 이 사랑과 은혜의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손길이 계속되는 한 가나안과 사사기 교회, 그리고 우리 역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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