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5주일 | 삼상8.1-22
하나님을 버리고 데려온 것들의 실상
이스라엘은 마침내 사사(선지자, 제사장)인 사무엘을 거부한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것에 대해서 더 깊은 것을 보셨다. 이것은 왕이신 하나님까지 부정하는 불신앙이다(7). 마침내 이스라엘은 공공연하게 하나님으로는 안 되겠다는 반역적언행으로까지 선을 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사무엘은 왕의 제도를 말해 주지만 백성들의 요구를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갑자기 사무엘의 8장 설교가 어찌된 일인지 앞서 7장처럼은 전달되지 않기 시작한다.
이스라엘의 왕(신17.14-20)
14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에 이르러 그 땅을 차지하고 거주할 때에 만일 우리도 우리 주위의 모든 민족들 같이 우리 위에 왕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나거든 15 반드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택하신 자를 네 위에 왕으로 세울 것이며 네 위에 왕을 세우려면 네 형제 중에서 한 사람을 할 것이요 네 형제 아닌 타국인을 네 위에 세우지 말 것이며 16 그는 병마를 많이 두지 말 것이요 병마를 많이 얻으려고 그 백성을 애굽으로 돌아가게 하지 말 것이니 이는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이르시기를 너희가 이 후에는 그 길로 다시 돌아가지 말 것이라 하셨음이며 17 그에게 아내를 많이 두어 그의 마음이 미혹되게 하지 말 것이며 자기를 위하여 은금을 많이 쌓지 말 것이니라
18 그가 왕위에 오르거든 이 율법서의 등사본을 레위 사람 제사장 앞에서 책에 기록하여 19 평생에 자기 옆에 두고 읽어 그의 하나님 여호와 경외하기를 배우며 이 율법의 모든 말과 이 규례를 지켜 행할 것이라 20 그리하면 그의 마음이 그의 형제 위에 교만하지 아니하고 이 명령에서 떠나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리니 이스라엘 중에서 그와 그의 자손이 왕위에 있는 날이 장구하리라
사실 왕정은 이미 모세의 율법에, 모세에 의해 하나님께서 허락하셨다(신17.14-20). 따라서 백성의 장로들이 왕을 세워달라는 요구 자체는 문제될 수 없다(5). 하지만 사무엘상이 바라보는 것은 이것이다: “백성이 … 나(하나님)를 버려 자기들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함이니라.”(7b)
왕을 요구하는 이스라엘(1-9)
사실 이 일의 발단은 놀랍게도 사무엘의 흔들림에서 시작된다: “사무엘이 늙으매 그의 아들들을 이스라엘 사사로 삼으니”(1) 그야말로 가관이다. 하나님이 부르시고 세우시는 사사를 사무엘이 세운다. 이것이 사무엘 이후가 흔들리는 이유다. 더 놀라운 것은 “그(사무엘)의 아들들이 자기 아버지의 행위를 따르지 아니하고 이익을 따라 뇌물을 받고 판결을 굽게”(3)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엘리의 돌림노래가 하나도 다르지 않게 유행하는 분위기다.
왕의 제도를 말씀하는 하나님(10-22)
하지만 하나님을 버려 이스라엘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할 때 저들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것이 ‘취하다’(11,13,14,16)는, 그러니까 ‘빼앗다’는 단어가 4번이나 반복되며 강조하는 부분에 들어있는 값비싼 댓가다: ‘이렇게 세운 왕 그가 백성들의 소중한 것들을 취하여 갈(데려갈, 빼앗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섬기지 않고, 하나님이 주인 되시는 것을 빼앗기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하나님을 버리고 그 자리에 데려온 것들에게서 일어나는 일들
하나님을 버리고 그 자리에 세워놓은 것이 이스라엘의 왕이라면, -그러나 말씀은 이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나님의 것을 빼앗아 그 자리에 오른 그 왕을 통해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것들을 그 왕이 데려(빼앗아) 갈 것이다.
마땅히 왕의 자리에 앉으셔야 할 하나님을 버리고, 그리하여 하나님이 왕이 되지 못하게 하고서 하나님의 자리를 빼앗은 ( )에게서 일어나는 일들은?(11,13,14,16) 하나님을 버리면 이스라엘의 손에서 가장 귀한 것들을 빼앗아가실(데려가실) 것이라 말씀하신다. 예를 들어보면 설명이 되기도 하고 적용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돌이킬 수 있는 길이 있을까. 하나님이 아닌 왕을 세우겠다는 생각을 포기하면 된다. 하나님이 주인이시고 우리는 그의 종인 기본기로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그럴 마음이 없고, 믿음도 없고, 하나님을 따라갈 순종도 없다면 8장과 같은 상황을 돌이킬 수 있을까. 답은 ‘없다’이다. 하나님이 왕이시며 주인 되시는 것을 버리면(빼앗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이때 하나님이 아닌 모조품(대용품) 때문에 고통 중에 하나님께 부르짖는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라 말씀하시는가: “그 날에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응답하지 아니하시리라.”(18b)
“이스라엘 모든 장로가 모여 라마에 있는 사무엘에게 나아가서,
그에게 이르되 … 사무엘이 그것을 기뻐하지 아니하여 …”(4-6)
“백성이 사무엘의 말 듣기를 거절하여 …”(19a)
사무엘의 설교는 청중들(백성들)에게 이제 더 이상 전달되지 않는다(4-6,19a). 사무엘은 자기 아들들을 자기 마음대로 사사로 세워 흔들리는 이스라엘을 어찌해 보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고(1-2), 백성들의 지도자들인 ‘이스라엘 모든 장로’(4)들은 사무엘의 지도력이 아닌 이방 나라들처럼 왕을 구하면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그야말로 부정할 수 없는 사사시대의 모습이다. 사무엘은 이 둘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힘없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천하의 사무엘마저 이처럼 리더십이 무너지는 중이다.
정말 심각한 것은 이것이다: “모든 나라와 같이 우리에게 왕을 세워 우리를 다시리게 하소서.”(5b) 사무엘이 시퍼렇게 살아있고, 더 심각한 것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다스리시는 주이시고 진정한 통치자가 아니신가. 그럼에도 지금 이스라엘은 하나님을 버리겠다는 것이고, 이미 그 수순을 밟는 중이다. 이건 반역이자 범죄다.
어찌 보면 후에 등장하게 될 북왕국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렇듯 사무엘상 8장은 예고하고, 열왕기는 이를 실행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니 아찔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사무엘을 밀어내는 것까지야 사사시대이니까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하나님을 왕의 자리에서 밀어내고, 그 자리에 자신들이 세운 하나님이 아닌 사람 왕을 올려놓겠다고 하는 처사에는 경악을 금치 못할 처사다. 이스라엘은 이처럼 망가지고 있다.
하나님을 잃어버린 시대는 늘 이렇다. 거룩을 잃어버린 시대는 늘 이렇다. 놀라운 것은 다 있는 시대였다는 점이다. 율법이 있고, 제사가 있고, 성막과 언약궤가 있고, 선지자이자 사사인 사무엘이 있고, 무엇보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평화’(7.14b)가 있다. 지금 사무엘상 7장은 사사시대의 영적 시계가 회개를 통한 맑음이다. 그럼에도 저들은 곧 바로 8장에서 또 다시 하나님을 배신하고 하나님을 버리고 떠나는 불신앙(반역)을 도모한다. 이것이 사무엘상 8장이 보여주는 사사시대의 두 얼굴이다. 이것이 사무엘상 8장이 보여주는 우리시대 그리스도인들의 두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