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6수요 | 히11.1-2
히브리서 맥잡기
1세기 유대 기독교인들은 바로 어제까지도 양(羊)과 비둘기를 잡아 제사를 드리던 자들이 예수의 복음을 듣고 믿어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구약 율법을 지켜야 한다는 율법주의(공로주의, 유대주의)자들이 공공연하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교회 안에 전파하기 시작하였다. 소위 “율법으로 돌아가자!”는 ‘다른 복음’(갈1.6-10)이라는 ‘非복음’(半복음.semi-Gospel)을 말이다. 복음은 구약에 대한 바른 이해를 요구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된 계시의 빛 아래서 구약을 읽어야 하고, 또 그래야만 구약은 바르게 이해되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후3.12-18).
기독론(基督論)
“이르시되 미련하고 선지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마음에 더디 믿는 자들이여,
그리스도가 이런 고난을 받고 자기의 영광에 들어가야 할 것이 아니냐 하시고,
이에 모세와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 쓴 바
자기에 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시니라.”(눅24.25-27)
“또 이르시되 내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너희에게 말한 바 곧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에
‘나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한 말이 이것이라 하시고”(눅24.44)
히브리서가 구약적 색깔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통해 신약의 진리를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그리스도께서 믿음의 주(主)되심을 밝힘으로써 그리스도의 우월성은 물론이고 믿음을 통한 구원의 교리를 선포하는 것을 통해 성도의 삶이 어떤 고난 속에서도 믿음에 굳게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그리스도는 선지자보다 우월하시다(1.1-3).
그리스도는 천사보다 우월하시다(1.4-14).
그리스도는 모세보다 우월하시다(3.1-19).
그리스도는 여호수아보다 우월하시다(4.1-13).
그리스도는 레위 제사장들보다 우월하시다(4.14-16).
그리스도는 아론보다 우월하시다(5.1-10).
그리스도는 멜기세덱보다 우월하시다(7.1-28).
신망애(信望愛): 고난을 넘어 믿음으로!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몸을 ‘단번(單番)에’(once-for-all; 7.27, 9.12,26,28, 10.10)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언제나 반복적으로 드리는 제사가 결코 할 수 없었던 -“이는 황소와 염소의 피가 능히 죄를 없이하지 못함이라.”(10.4)- 죄사함을 얻게 하심으로써 당신의 백성들을 영원히 온전케 하셨다. 그래서 마침내 “그러므로 …”(10.19- )로 이어지는 믿음 안에서의 온전한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부스러기 묵상
“한번 비췸을 얻고 하늘의 은사를 맛보고 성령에 참예한 바 되고,
하나님의 선한 말씀과 내세의 능력을 맛보고,
타락한 자들은 다시 새롭게 하여 회개케 할 수 없나니 ….”(6.4-6)
“우리가 진리를 아는 지식을 받은 후 짐짓 죄를 범한즉
다시 속죄하는 제사가 없고,
오직 무서운 마음으로 심판을 기다리는 것과 ….”(10.26-27)
“우리는 뒤로 물러가 침륜에 빠질 자가 아니요
오직 영혼을 구원함에 이르는 믿음을 가진 자니라.”(10.39)
하나님의 복음 이야기는 다시 그리스도 이전으로 돌릴 수 없다. 혹 뒤로 돌아간다고 해도 믿음의 사람들이 살았던 믿음의 삶이 있을 뿐이다. 구약 역시 믿음이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과 같기 때문이다(11장). 그러므로 다시 구약의 제사로 되돌아가는 것은 그리스도를 욕보이는 것이고, 하나님의 구속 경륜을 거역하는 것으로써 이는 어떤 경우에라도 용서받을 수 없다. 주님은 믿음의 복음을 통해서 유대교의 종말을 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구약을 성경에서 버리는 것이 아니다. 구약을 보는 눈을 새롭게 하는 것, 이것이 복음에 의한 믿음이 갖는 위대함이다. 이 모든 일은 한결같이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속사(救贖史)다. 주님은 이를 믿음으로 보도록 히브리서를 통해서 권고하신다. 믿음의 주(主)이신 예수님은 성도들로 하여금 믿음으로 세상의 모든 만물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새 일을 십자가에서 단번에 다 이루셨다. 이제 새롭게 열어놓으신 믿음의 길을 따라 가는 것, 이것만이 환난과 핍박과 고통을 이기는 길이며 믿음의 경주를 성공적으로 완주하는 길이다. 이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활짝 열려있다.
자, 구약으로 된다? 이렇게 말 할 수 있는가. 그러면 제사와 율법으로 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이 이루신 사역, 즉 십자가의 구속은 무의미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메시야) 없이 인간의 행위로 자신의 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히브리서는 이 물음에 대한 바른 복음이다.